심해 미스테리 - 동해에서 발견된 불타는 얼음, 심해어, 마린스노우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며 지역마다 수심의 차이가 현격하다. 서해가 평균 80미터 깊이인 데 반해, 남해는 200미터로 좀 더 깊고 동해는 평균 1,600미터에 달하는 수심을 가지고 있다. 동해에서 가장 깊은 곳은 4,000미터에 이르는 곳도 있다.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알려진 백두산(2,744미터)을 통째로 밀어넣어도 1,256미터가 남을 만큼 깊은 심연을 가진 동해는 그 무지막지한 깊이로 인해 심해의 미스테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수심 200미터 이상인 곳을 일컫는 말인 심해에는 두 가지 미스테리가 존재한다. 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해저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에 대한 미스테리와 육상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광물에 대한 미스테리가 그 주인공이다. 심해 생명체들은 빛과 수압이라는 독특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엽기적인 진화를 해 왔고 그 과정에서 육상 생명체들과 전혀 다른 특징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해저 지형에서 일어난 화학 합성의 결과물로 만들어진 심해 광물질들은 지금껏 밝혀지지 않은 새로운 특성으로 그 신비한 명성을 얻어가고 있는 중이다.
심해 잠수정이 개발되고 무인 탐사 기술이 발전하면서 심해의 베일이 하나 둘 벗겨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깊은 심연에 무엇이 존재하는 지 우리는 제대로 알지 못하다. 심해에 관해 밝혀진 사실이 전체의 채 1%도 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언젠가 동해 앞 바다에서 전혀 새로운 생물 종(種)이 발견되거나 엄청난 상업성을 가진 신 광물이 채취되어 온 국민을 흥분하게 만들 날이 올 수도 있다.
대한민국 앞 바다의 심해 생태계 및 광물 탐사에 대한 연구는 한국 해양연구원이 보유한 1,400t급 해양 조사선 온누리호가 1992년 취항하면서 본격적으로 수행되었다. 특히 2006년 수심 6,000미터까지 탐사가 가능한 심해 잠수정 '해미래'호가 국내 기술로 제작, 진수되면서 한국 해양탐구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었다. 그간 해외 토픽에서만 보아오던 심해의 모습들을 '해미래'호를 통해 직접 보고, 연구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심해의 모습을 수심별로 정리해보자면 대략 이렇다. 바다 표층부를 지나 수심 200미터 아래로 내려가면 바닷속에는 눈이 내린다. 바다 상층에 서식하는 생물들의 사체, 배설물, 부유물등이 한데 섞여 마치 눈이 내리듯 가라앉는 이 현상은 일명 마린 스노(Marine Snow)로 불리며 여러 심해 동식물들의 먹이 공급처가 되고 있다. 마린스노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수심 200미터 지점부터 생물체들은 우리가 횟집에서 보는 생선들과 다른 모습을 띠기 시작한다. 햇빛 투과량이 현저히 적어지면서 나타나는 가장 대표적인 변화는 생물체의 몸이 투명하거나 몸에서 빛이 난다는 것이다. 이 현상은 수심 700미터, 빛이 없는 무광층(無光層)에 들어가면서 더욱 현격해진다. 낚시하다 우연히 심해어를 잡게 되더라도 외모상으로는 회 뜰만큼 먹음직스러워보이지 않을 듯 싶다.
수심 1,000미터 이하로 내려가면 진화가 덜 된 원시생물의 형태가 나타나며, 부족한 먹잇감으로 인해 한번 잡은 먹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아가리와 이빨이 흉측하게 발달하는 특징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수압을 이기고 이동시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몸의 형태도 기형적으로 변화한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7광구'에 나오는 괴물과 가장 유사한 형태의 심해어들이 대략 이 심층대에 주로 살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수심 1,500미터 이하로는 심해 잠수정의 기술적 한계때문에 어떤 생명체가 존재하는 지 아직 제대로 밝혀진 바가 없다.
주로 미국 캘리포니아 몬테레이 해양 연구소에서 정리한 이들 심해어류들의 상당수가 '해미래'호의 동해 울릉분지 탐사 결과, 우리나라 심해에도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리고 위에 소개된 범상치 않은 이들 심해 어종보다 최소 수십배는 많은 심해 어종들이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다. 아마 더 깊이 잠수할 수 있는 탐사선이 개발될때까지, 미지의 심해 생물들은 앞으로도 한동안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원동력으로 남지싶다.
http://boyslife.org/video-audio/20336/cool-looking-undersea-creatures/
심해에서 발견된 광물로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메탄하이드레이트가 있다. 일명 '불타는 얼음'으로 매스컴에 알려진 이 광물은 심해 해저에서 발견된 물질로, 메탄과 물이 고압에 의해 얼음형태로 굳어진 것이다. 석유나 석탄보다 연료 효율성이 높은 특성 탓에 차세대 연료로서의 가능성이 전 세계 여러나라에 의해 검토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지난 2007년 6월, 포항 동북방향 135km 지점, 해저 2,078m 심연에서 전 세계 다섯번째로 실물 채취에 성공했다. 발견당시 국내 여러 언론에서 떠들썩하게 보도했던 메탄하이드레이트는 대한민국 심해 광물의 상업성에 관심을 집중시킨 최초의 사건이었다.
2004년, 독도 주변 9000 ㎢ 지역에 이 메탄하이드레이트가 6억톤 가량 매장된 것으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의해 발표된 이후 일본은 부쩍 독도 영유권 도발행위의 수위를 올리고있다. 이들의 최근 도발을 단지 정치적 야욕, 군국주의 망령의 부활로 보는 것은 순진한 시각이다. 일본의원들의 울릉도 방문계획 이면에는 2020년부터 상업적인 메탄하이드레이트 시추를 공언한 일본의 상업적 목적이 숨어있다.
경제가치 11조가 넘을 것으로 평가되는 독도 주변 메탄하이드레이트 개발권을 얻어내기 위해, 않되면 최소한 공동 개발권이라도 얻어내기 위해 일본은 의도적으로 독도를 분쟁지역화하고 있는 것이다. 비단 메탄하이드레이트가 아니더라도 어떤 광물이 매장되어 있는 지 밝혀지지 않은 독도 인근 심해는 일본이 오래전부터 군침흘리며 탐내고 있는 지역이다. 그리고 독도에 대한 논쟁에서 이 부분이 부각되지 못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기술력이 아직 메탄하이드레이트의 상용화를 추진할 만한 수준이 못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메탄하이드레이트는 심해에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가치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피서차 자주 찾는 동해 바다 심해에는 우리가 알고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과학적 도전거리가 가득하다. 그리고 그 도전거리들은 피서객들이 아닌 과학자들의 손길을 기다리며 오늘도 동해 바닷 속 깊이 잠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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