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존재하는 음모론속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주인공은 단연코 미국과 유태인이다.
그중 미국은 세계 경찰을 자청하는 오지랖 넓은 성격상 무수히 많은 음모론의 주체이자 객체이며 배후 세력이자 연루자로 여기저기 등장한다. 미국이 등장하는 음모론의 일반적인 전개 방식은 대체로 이렇다. 미국이 특정 국가의 체제를 전복하기 위해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 내지는 특정 국가의 내정에 관여하기 위한 빌미를 만들기 위해 자작극을 연출했다라는 류의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다.
진주만 공습 유도설, 베네주엘라 쿠데타 지원설, 쿠바 침공 지원설, 카스트로 암살 기도설, 오사마 빈 라덴 지원설, 예맨항 미 군함 폭파 자작극, 통킹만 사건 자작극, 911 테러 자작극, 석유자원 확보를 위한 이라크 전쟁 기획설등이 이런 맥락에서 확대, 재 생산된 음모론들이다. 고구마 줄기처럼 한도 끝도 없이 걸려나오는 미국 관련 음모론들이 다 허무맹랑한 얘기들일까 ? 일부는 안주꺼리가 필요한 술꾼용이 분명하지만 일부는 부인할수 없는 사실로 밝혀진 경우도 있다.
이중 사회주의 국가체제 전복을 목적으로 쿠바를 침공한 피그스만 사건은 결정적인 증거자료들로 인해 음모론의 범주를 벗어나 사실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 쿠바 관련 기밀 해제된 미 정보국 내부 문건들을 보면 미국이 뼈에 사무치게 쿠바 카스트로 정권을 뒤집고 싶어했다는 점과 제3세계 정치에 개입하기 위해 미국이 어떤 방식으로 자해 공갈을 하는 지 적나라하게 알수 있다. 마치 '범죄의 재 구성' 시나리오를 읽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드는 미 정보부 주도의 '쿠바 체제 전복 시나리오'와 그 시대적 배경을 소개한다.
쿠바는 위 지도에서 보듯이 미국 턱 밑에 위치한 섬나라다. 1958년 8월,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가 이끄는 혁명군이 친미 바티스타 정권을 몰아내고 쿠바에 사회주의 정권을 수립했을 당시 미국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남 일로 무시하기에 쿠바는 자본주의 진영의 맏형 미국에 너무가까이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쿠바에 미사일이라도 배치하면 전 미국이 사정권에 들어가기 때문에 살 떨리는 위협일수 밖에 없었다. 카스트로의 사회주의 정책에 따라 자본가와 기득권 세력들은 대거 쿠바에서 쫒겨나고, 소련과 절친 모드로 지내는 쿠바를 보면서 미국은 이 사태를 심각한 국가 안보 위협으로 간주한다.
CIA는 과테말라에 비밀 군사기지를 설치하고 추방된 쿠바인들을 대상으로 군사훈련에 착수했다. 군사력을 집중해서 쿠바 사회주의 정부를 뒤집을려는 생각이었다. 이런 극비 군사 작전외에도 혁명군의 구심점 카스트로를 암살하기 위한 다양한 첩보전도 전개한다. 미 정보국이 주도한 600여 차례의 암살 시도를 버텨낸 피델 카스트로는 그 스스로 "내가 이룬 최대의 성과는 숱하게 많은 암살 기도속에서도 아직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다." 고 자평할 정도로 암살 의지는 집요하고도 끈질겼다. 카스트로는 계속 살아 숨쉬기 위해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긴장속에서, 먹고 마시고 걸치는 모든 것을 철저히 확인해야 했고, 심지어 거처도 수시로 옮겨다녀야 했다.
그러는 중 쿠바 혁명 3년째를 맞은 1961년 4월 17일, 미국과 반 카스트로 세력은 드디어 군사 작전을 개시한다. 1,300명 규모의 반 카스트로 쿠바 군인들을 쿠바 해안에 기습 상륙시킨 것이다. 하지만 쿠바 정부군의 반격은 예상보다 거셌고, 약속됐던 미국의 항공 지원은 기대에 못미쳤다. 이틀간에 걸친 교전끝에 상륙 부대 1,300명 중 1,200여명이 쿠바 정부군에 사로 잡혔고 100여명은 현장에서 사살됐다. 쿠바 침공군(2506부대)은 항복 직전 약속했던 미국의 항공 지원, 해병대 투입을 긴급 요청했지만 대세가 기운것을 감지한 미국은 발을 빼며 이 작전은 외형상 반 카스트로 쿠바 진영의 실패한 쿠데타로 남게 되었다.
애초 미국은 반 카스트로 세력의 쿠바 침공시 쿠바 내 동조세력의 봉기를 기대했었다. 하지만 부패하고 무능했던 바티스타 정권에 치를 떨었던 쿠바 국민들은 미국 = 바티스타 = 쿠바 침공군의 등식아래 혁명을 지켜내겠다는 투지로 똘똘 뭉쳐있었다. 미국의 오판이 상당했던 셈이다. 피그스만 침공으로 알려진 이 날 쿠바 침공이후 미국은 자신들의 개입을 전면 부인했다. 이 작전은 미국의 기대와 달리 쿠바 혁명군의 위상만 높여주었고 쿠바 전 국민을 하나로 단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미국은 쿠바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해 새롭고 좀 더 강력한 작전을 필요로 하게 되었고 미국의 쿠바 침공 배후설은 음모론으로 남게 되었다.
이번에 공개된 기밀 자료는 피그스만 침공이 미국의 배후 조종에 의한 것이라는 점과, 미국의 쿠바 침공계획은 그 후에도 계속 진행형이었다는 점을 증명한다. 미국은 이미 한 차례 실패한 쿠바 침공의 교훈을 참고해서 이번에는 확실한 방법으로 카스트로를 끝장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선 미군의 대규모 투입이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멀쩡히 잘 돌아가는 남의 나라를 무작정 침략할 수는 없었다. 싸우면 이길게 뻔한 싸움이지만 선빵을 날릴 명분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미군 투입을 위한 정당성을 확보하고 상황을 조성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비밀 작전을 기획하게 된다. 영어에 자신있는 분은 첨부한 작전 계획서 원본을 참고하시라. 아래 자료는 귀찮은 분들을 위한 요약본이다.
Operation Mongoose (몽구스 작전)
1962년 3월 9일 작성
1. 작전 개요
특정 사건을 기획해서 미군의 쿠바 개입을 위한 구실로 활용하고 UN을 포함한 세계 여론이 쿠바 정부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갖도록 유도한다. 아울러 쿠바가 서방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존재로 인식시켜 미국 군사행동에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한다. 미국이 개입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본 작전은 여러 다른 기만 작전과 병행해서 진행한다. 만일 작전 진행중 쿠바내에 우호적 여론이 조성되면 미군 투입의 최적기로 판단한다.
2. 소련의 예상 대응
소련과 쿠바간에는 상호 방위조약이 맺어져있지 않고 쿠바는 아직 바르샤바 조약기구의 회원국이 아니며, 쿠바내엔 소련 기지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미국의 군사행동은 소련의 개입을 야기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3. 작전의 승인 및 통보
작전 계획은 국방장관의 승인으로 진행되며 정보의 노출을 막기위해 개별 군부대 장성 및 NATO에 파견된 미군 사령부, UN에 상주하는 미 대표단에게는 보고하지 않는다.
4. 작전 전개 방향
1단계 : 쿠바 내 미군 기지 관타나모(Guantanamo)를 중심으로 미군에 적대적인 일련의 소요사태를 야기한다. 먼저 루머를 유포하고, 친미 쿠바인들에게 쿠바 정부군 군복을 입혀 관타나모 기지를 공격하게 한다. 해당 공작원을 생포해서 부대내 억류한 것처럼 위장한다. 친미 쿠바인들을 동원 기지 주변에서 대규모 반미 시위를 벌인다. 기지내 폭발물을 터트리고 화재를 일으킨다. 비행장의 미군 항공기를 폭파하고 바다쪽 혹은 관타나모시 근처에서 기지를 향해 포탄을 발사해 부대 시설물에 피해가 야기되도록 한다. 이 공격팀은 생포해서 부대내 억류한다. 근처 항구에서 선박에 큰 화재를 내고 침몰시킨다. 이때 가짜 희생자를 이용해서 장례식을 치른다.
2단계 : 미국은 식수, 전기 공급을 확보하는 목적으로 즉각적인 군사작전을 전개하고 기지를 공격하고 있는 포와 무기등을 파괴한다. 이후 미군의 대규모 군사행동을 개시한다.
3단계 : 미국 국민들과 세계 여론이 미 군사행동에 우호적인 시각을 갖도록 일련의 자작극을 벌인다. 관타나모 만에 정박중인 미군 함정을 폭파한 후 책임을 물어 쿠바를 맹비난한다. 쿠바 인근 해상에서 승무원이 탑승하지 않은 가짜 선박(Unmanned drone vessel)을 폭파한다. 미군은 항공, 해상 구조대를 파견하고 공격받은 함정들에 남아있는 승무원들과 구조대를 엄호한다는 명분으로 전투기를 출동시킨다. 미국 일간지에 희생자 리스트를 공개해서 국민들의 단결심을 고취시킨다.
4단계 : 워싱턴, 마이애미 혹은 플로리다 내 여러 도시에서 친 카스트로 공산주의자들이 주도한 반미 시위를 벌인다. 미국내 주요 지점에서 폭탄을 터트리고 해당 공작원을 체포한 후 사전에 준비한 보도자료를 공표한다. 이 자료에는 쿠바 정부의 개입을 증명하는 자료를 포함시킨다.
5단계 : 쿠바 인근 친미 국가들에 대한 공격을 위장한다. 아이티, 도미니카 공화국, 과테말라, 니카라과 중 선택해서 쿠바 공군 B-26 혹은 C-46 항공기로 위장한 미군기로 야간에 폭격을 감행하고 소련에서 제작된 소이탄을 불발탄으로 남긴다. 도미니카내 공산주의자들에게 쿠바 정부 명의로 봉기를 촉구하는 메세지를 보내고 쿠바산 무기들이 도미니카 해안 인근에서 발견되도록 조치한다. 적절히 변형해서 쿠바 미그기로 위장한 F-86 전투기를 여객기 근처로 비행하게 하여 승무원이나 승객들을 통해 쿠바 전투기의 적대적 행위를 증언하게 만든다. F-86의 미그기로의 위장은 미국 비밀 기지에서 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폭파조를 동원 민간 항공기및 여객선을 납치한다.
6단계 : 위장한 쿠바 미그기를 동원해서 미국에서 출발해서 자메이카, 과테말라, 파나마, 베네주엘라로 비행하는 민간 여객기를 격추한다. 항공 경로상 쿠바 상공을 비행해야 하는 항공기를 선택하고 대상 승객들은 휴일을 맞아 단체 관광에 나선 대학생들 혹은 비행기를 전세내서 특정 목적으로 여행을 가는 집단을 목표로 한다. 이때 사용하는 항공기 수배와 가짜 승객 명단은 CIA에서 담당한다. 실제 항공기를 띄우되 쿠바 상공에 진입하기 전 CIA가 수배한 가짜 항공기로 대체하고 짐은 실제 승객이 탄 것처럼 채운다. 쿠바 상공에 진입 전 위장된 미그기로 하여금 공격하도록 한다. 조종사는 탈출 전 쿠바 전투기에 의해 공격을 받았으며 추락하는 중이라는 무전 교신과 함께 Mayday(구조신호)를 송출하게 한다. 실제 비행기는 추락하는 것처럼 급강하 후 지정된 장소에서 디자인과 색상을 바꾸고 비밀리에 보관한다. 해상 구조대를 출동시켜 비행기 잔해, 부유물, 승객 짐등을 바다에 뿌리고 승객전원과 항공기는 격추후 해상에 침몰한 것으로 결론낸다.
7단계 : 쿠바내 반 카스트로 여론이 형성되고 폭동 내지 쿠데타가 발생하면 대규모 미군 부대를 투입해 쿠바에서 전면전을 감행한다.
이상이 몽구스 작전의 요약본이다. 쿠바를 상대로 전면전을 벌이기 위해 미국이 어떻게 상황을 조성하고 어떻게 빌미를 만들 것인지 상당히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또 다른 제국주의 침략이 아닌가하는 의심의 눈으로 미국을 지켜볼 세계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고심책도 빠지지 않고 고려되어있다. 만약 케네디가 암살당하지 않았고 이대로 쿠바 침공 작전이 진행되었다면 아마도 쿠바는 미국에 점령되었을 것이고 미국의 새로운 주(州)로 편입되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아마 체 게바라의 얼굴 실루엣이 여름 티셔츠 디자인에 종종 사용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총 7단계로 요약한 기밀 보고서의 내용에는 어디선가 본듯한 낯 설지 않은 상황 설정들이 들어있다. 이 포스트 서두에서 밝힌 미국 관련 음모론들 중 시기상 이 보고서의 작성이후 발생한 1964년 통킹만 사건, 1994년 예맨 미 군함 폭파 사건, 911 테러 자작설등에 적용해도 어느정도 Plot이 맞아떨어질 듯한 내용들이다. 물론 이 보고서는 쿠바를 대상으로 작성된 것이니 확대 해석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읽는 내내 찜찜한 기분이 드는 건 사실이다.
몽구스 작전은 1963년 11월 케네디 대통령 암살이후 취소된 작전으로 파일 더미속에 묻혀있다가 근 50년이 지난 시점에서 대중에 공개되었다. 이 파일의 존재로 그간 쿠바 관련 미국의 여러 음모론들이 사실인것으로 밝혀졌으며, 이와 유사한 작전들을 비단 쿠바에서만 진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추정을 가능케한다.
아마 20여년이 지난 어느 시점에서는 미 정보기관이 발행한 북한 선제 공격 시나리오가 대중에 공개되는 날도 오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 자료는 우리가 무심코 보낸 어느날, 온 국토를 화염속에 삼켜버렸을 지도 모를만큼 끔찍한 전쟁의 위협이 우리 곁에 찾아왔었다는 섬뜩함을 남길지도 모르는 일이다. 실제로 김영삼 정권때 미국은 북한 선제 공격 시나리오를 작성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결론적으로 이 몽구스 작전 보고서는 음모론이라고 해서 모든 게 허황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음모론인 경우엔 특히나 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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